2026-10-28 · 변시우 (선임연구원)

김치 숙성 온도는 맛을 어떻게 바꾸나: 젖산균 천이·적숙기·과냉각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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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숙성 온도는 맛을 어떻게 바꿀까요?

김치 숙성 온도는 발효 속도만 바꾸지 않고 어떤 젖산균이 우세할지를 골라 맛의 방향을 정합니다. 2018년 한국식품과학회지 논문에서 5℃ 부근 류코노스톡의 생육증가율은 락토바실러스의 5.3배였습니다. 2012년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논문에서는 같은 김치라도 저장 방식에 따라 숙성기에 이르는 시간이 2주에서 22주까지 최대 11배 벌어졌습니다. 같은 날 같은 양념으로 담근 김치가 집마다 다르게 익는 까닭도 결국 김치가 거쳐 온 온도에 있습니다.

목차

작동 원리: 류코노스톡에서 락토바실러스로 넘어가는 미생물 천이

김치 발효는 류코노스톡이 먼저 우세하다가 산이 쌓이면 락토바실러스 계열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미생물 천이로 진행됩니다. 천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균, 곧 우점균이 바뀌는 현상을 말합니다. 젖산발효는 당을 주로 젖산으로 바꾸는 정상(동형)발효와 젖산과 함께 초산·탄산가스 등을 내는 이상(이형)발효로 나뉘며 김치에서는 두 방식이 함께 일어납니다. 초기에는 이상젖산발효균인 류코노스톡(Leuconostoc)이 우점합니다. 산이 쌓여 pH가 떨어지면 산에 강한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계열이 늘어나니 산이 쌓이는 환경이 다음 우점균을 고르는 셈입니다. 사케이균은 최근 논문에서 라틸락토바실러스 사케이(Latilactobacillus sakei)로 표기하며 예전 자료의 Lactobacillus sakei와 같은 균입니다.

소금은 경쟁균을 걸러 내는 첫 번째 체 역할을 합니다. 부산대 김치연구소 김치교실은 염도를 겨울 김장용 2~3%, 여름철 5% 수준으로 안내합니다. 그런데 소금을 3.5% 넣은 보통 김치도 여름에는 하루, 김장철에는 5~12일이면 익습니다. 계절에 따라 숙성 기간이 5~12배 벌어지니 소금만으로는 기온의 효과를 다 상쇄하지 못합니다.

온도가 우점균을 고른다: 5℃에서 5.3배 벌어진 생육 속도

저온은 류코노스톡의 증식은 그대로 두고 락토바실러스의 증식만 늦춥니다. 조선대 장해춘 교수팀과 LG전자 연구진은 2018년 한국식품과학회지 논문에서 김치냉장고 개발을 위해 5·10·15℃ 조건을 비교했습니다. 5℃ 부근에서 류코노스톡의 생육증가율은 락토바실러스의 5.3배였고 연구진은 최적 발효 온도를 6℃로 정했습니다. 6℃ 발효 시간은 겨울철 111시간(약 4.6일), 봄·가을철 58시간(약 2.4일)이었습니다. 산도가 약 0.40%에 이르면 바로 -2~-1℃로 옮겼더니 유산균 수는 대조구의 최대 약 10배, 류코노스톡은 10~100배를 유지했습니다.

부산대·삼성전자의 2012년 연구는 같은 현상을 반대쪽에서 보여 줍니다. 담근 직후 -1℃나 -2.5℃에 둔 김치에서 락토바실러스는 최대 6.8 log CFU/mL(1mL에 든 살아 있는 균 수의 로그값)에 그쳤습니다. 10℃나 15℃에서 먼저 발효한 김치에서는 8~9 log CFU/mL까지 늘었습니다. 로그값 차이가 1.2~2.2이니 균 수로는 약 16~158배입니다. 류코노스톡은 -2.5℃를 포함한 모든 조건에서 8.0~9.0 log CFU/mL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김치 숙성 온도에서 따져야 할 것은 '얼마나 빨리 익느냐'보다 '어떤 균이 자라느냐'입니다. 두 연구 모두 김치냉장고 제조사와 함께 진행했으므로 실험 결과와 제품 홍보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김치 적숙기 데이터: 2주와 22주를 가른 온도 이력

맛이 가장 좋은 때인 적숙기는 담근 뒤 김치가 거친 온도 이력에 따라 2주에서 22주까지 달라집니다. 2012년 연구는 pH 4.4와 산도 0.6%를 숙성기 기준으로 잡고 네 가지 저장 방식을 비교했습니다. 여기서 산도(적정산도)는 김치 국물에 든 산의 양을 젖산으로 환산해 비율로 나타낸 값입니다.

표 1. 저장 방식별 숙성기 도달 시간(숙성기 기준 pH 4.4·산도 0.6%,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2012)

저장 방식조건숙성기 도달
숙성 후 저장 ①10℃ 5일 → -2.5℃2주
숙성 후 저장 ②15℃ 1일 → -2.5℃8주
저온 저장 ①담근 직후 -1℃12주
저온 저장 ②담근 직후 -2.5℃22주

가장 빠른 방식과 가장 느린 방식의 차이는 11배입니다. 22주면 154일, 약 5개월이니 담그자마자 -2.5℃에 넣은 김치는 겨울을 다 보내고 나서야 맛이 듭니다. 10℃에서 5일 익힌 김치가 15℃에서 1일 익힌 김치보다 4배 빨리 숙성기에 이른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온도가 높아도 시간이 짧으면 젖산균이 충분히 늘지 못합니다. 적숙기를 정하는 것은 온도 하나가 아니라 온도와 시간이 함께 만드는 '온도 이력'입니다.

맛의 최고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6개월 뒤 산도는 '10℃ 숙성 후 저장'이 0.8%, '담근 직후 -1℃ 저장'이 0.7%로 0.1%포인트 차이에 그쳤습니다. 관능평가(사람이 직접 맛보는 평가)에서는 3개월째에 숙성 후 저장 김치가 가장 좋았고 6개월째에는 두 방식이 나란히 최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8년 연구에서도 6℃ 발효 김치의 산도는 처음 2주 동안 대조구보다 높았지만 12주 뒤에는 비슷해졌습니다. 초기 온도가 바꾸는 것은 맛의 상한이라기보다 맛있어지는 시점입니다.

젖산균마다 만드는 맛 성분이 다르다: 2025년 세계김치연구소 연구

우세한 균이 달라지면 김치에 쌓이는 맛 성분도 달라집니다. 세계김치연구소 발효시스템연구단은 이 결과를 2025년 11월 국제학술지 Food Research International(영향력 지수 8.0)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세 균을 각각 종균(발효를 이끌도록 일부러 넣는 균)으로 써서 김치를 담갔습니다. 균이 만든 물질과 맛은 전자혀(E-tongue)와 대사체(Metabolomics, 생물이 만든 작은 분자를 한꺼번에 측정하는 분석) 분석으로 함께 측정했습니다.

표 2. 종균별 대사물질 증가율과 맛 기여(세계김치연구소, 2025년 11월 발표)

종균더 만든 대사물질(증가율)맛 기여
라틸락토바실러스 사케이젖산 43%, 글루탐산 최대 38%산미·감칠맛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만니톨·초산 각각 최대 17%단맛·청량감
와이셀라 코레엔시스오르니틴 약 10%짠맛·코쿠미(깊고 풍부한 맛)

온도 연구와 이어 보면 원인과 결과가 한 줄로 연결됩니다. 저온에서는 만니톨과 초산을 만드는 류코노스톡이 유리합니다. 산이 쌓이면 젖산과 글루탐산을 만드는 사케이균 같은 내산성 균이 힘을 얻습니다. 김치 맛이 청량한 맛에서 신맛으로 바뀌는 순서가 미생물 천이 순서와 겹치는 이유입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이 성과가 원하는 맛을 내면서 품질이 일정한 산업용 김치를 만드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저장 기술의 진화: 김장독에서 영하 4.5℃ 과냉각 김치까지

'먼저 익히고 차갑게 둔다'는 김장독의 원리는 김치냉장고를 거쳐 영하 4.5℃ 과냉각 저장 기술로 이어졌습니다. 땅에 묻은 김장독은 바깥 기온이 오르내려도 온도 변화가 완만해 초겨울에는 서늘한 온도에서 익고 한겨울에는 얼지 않을 만큼 차갑게 유지됩니다. 2012년 연구의 '선발효 후 -2.5℃ 저장'과 2018년 연구의 '6℃ 발효 후 -2~-1℃ 보관'은 이 방식을 김치냉장고 모드로 옮긴 것입니다.

과냉각 기술이 가장 앞서 쓰이는 곳은 수출 현장입니다. 운송 중에 발효가 지나치면 신맛이 강해지고 이산화탄소 때문에 포장이 부풀기 때문입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세계김치연구소 연구팀은 온도를 단계적으로 조절하는 과냉각 알고리즘을 개발해 최저 온도를 영하 4.5℃에 맞추고 김치를 얼리지 않은 채 4개월간 저장했습니다. 4개월 뒤 과냉각 김치는 냉장(4℃) 김치보다 산도가 50%,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60% 낮았습니다. 냉장으로는 발효를 오래 억제하기 어렵습니다. 냉동(-20℃)은 얼었다 녹으면서 식감이 나빠집니다. 과냉각은 이 두 방식의 단점을 함께 피하려는 기술입니다.

과냉각이란 어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얼음 결정의 씨앗인 결정핵이 생기지 않아 액체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온도가 흔들리면 쉽게 깨지므로 정밀한 온도 제어가 관건입니다. 연구팀은 2026년 10월 수출 김치를 40피트 컨테이너에 실어 미국 뉴욕·뉴저지항까지 약 6주 걸리는 해상 운송 실증을 시작했습니다.

김치 숙성 온도에 대한 오해 3가지와 가정 보관 기준

데이터에 가장 잘 맞는 원칙은 '처음 며칠은 서늘하게, 그 뒤에는 영하로'입니다.

오해 1: 높은 온도에서 빨리 익히면 그만이다

여름철 보통 김치는 하루면 익습니다. 문제는 빨리 익을 때 함께 늘어나는 균인데요. 2012년 연구에서 락토바실러스가 8~9 log까지 늘어난 조건은 모두 10℃ 이상에서 먼저 발효한 김치였습니다. 빨리 익힐수록 신맛을 내는 균이 함께 늘어날 가능성도 커집니다.

오해 2: 담그자마자 최대한 차갑게 두는 게 최선이다

담근 직후 -1℃에 둔 김치는 숙성기까지 12주가 걸렸지만 6개월째에는 숙성 후 저장 김치와 나란히 최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차가우면 맛이 없다'보다 '맛있어지는 시점이 몇 달 늦어진다'가 데이터에 맞는 표현입니다.

오해 3: 유산균이 많을수록 좋은 김치다

류코노스톡은 저장 방식과 상관없이 8~9 log에 도달했지만 숙성 시점과 맛은 달랐습니다. 맛을 가르는 것은 균의 수보다 균의 종류와 그 균이 만드는 대사물질입니다.

가정과 교실에서 쓰는 판단 기준

2018년 연구의 겨울철 조건을 따르면 6℃ 안팎에서 약 4.6일 익힌 뒤 -2~-1℃로 옮기면 됩니다. 싱겁게 담근 김치는 이 온도에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소금물은 맹물보다 어는점이 낮은데(어는점 내림) 염도가 낮을수록 이 효과가 작아 같은 저장 온도에서도 쉽게 얼 수 있습니다.

교실에서는 같은 날 담근 김치를 냉장고·실온·김치냉장고에 나눠 두는 실험이 좋습니다. 매일 pH 시험지로 재고 맛과 탄산감을 기록하면 학생들이 온도별 숙성 곡선을 직접 그릴 수 있습니다.

온도 설계가 곧 맛 설계: 시사점과 남은 연구 과제

김치에서 온도를 설계하는 일은 곧 맛 성분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적숙기를 최대 11배까지 바꾸는 온도 이력이 결국 어떤 균이 자라고 어떤 대사물질이 쌓일지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김치 맛을 바꾸고 싶다면 양념보다 첫 며칠의 온도와 이후 저장 온도를 먼저 손보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저온 김치는 맛이 없다' 같은 단정은 데이터가 보여 주는 범위, 곧 맛있어지는 시점이 늦어진다는 데까지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교육 현장에서 김치는 온도·pH·미생물·맛이 한꺼번에 이어지는 소재라 가설을 세우고 측정으로 검증하는 탐구 수업 교재로 알맞습니다.

남은 과제도 분명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실험실이나 제조사 장비의 설정 온도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문 여닫기나 칸별 온도 차이가 반영된 가정의 실제 온도 이력 데이터를 쌓는 일이 다음 순서입니다. 과냉각 저장은 산도와 이산화탄소 외에 미생물 군집 변화와 관능평가, 해상 실증 결과로 검증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균별 맛 성분 결과도 한 가지 종균만 넣은 김치에서 나온 만큼 여러 균이 천이하는 실제 김치에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정밀한 온도 제어로 품질이 고르게 맞춰질수록 김치교실이 200여 가지로 소개하는 지역과 가정의 다양한 김치를 어떻게 지킬지도 함께 물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김치 숙성 온도는 몇 도가 가장 좋나요?부산대 김치연구소 김치교실은 5~10℃에서 2~3주 익히라고 안내합니다. 2018년 한국식품과학회지 연구는 류코노스톡에 가장 유리한 발효 온도를 6℃로 도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발효가 끝난 김치는 -2~-1℃에서 보관했습니다.
적숙기는 무엇으로 판단하나요?pH와 적정산도를 함께 봅니다. 2012년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연구는 pH 4.4·산도 0.6%를 숙성기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가정에서는 pH 시험지로 잰 값에 맛과 탄산감을 함께 기록하면 판단이 한결 쉬워집니다.
과냉각 김치는 언제 쓰일 수 있나요?영하 4.5℃에서 4개월 저장한 김치는 냉장 김치보다 산도가 50%,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60% 낮았습니다. 2026년 10월에는 뉴욕·뉴저지항까지 약 6주 걸리는 해상 운송 실증이 시작됐습니다. 이 실증과 미생물·관능 평가 결과가 쌓여야 상용화 시점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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