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8 · 추다현 (원장)

생활 속 수학과 측정의 원리: 1킬로그램의 정의부터 측정 불확도, 생일 역설과 벤포드 법칙까지 숫자 감각 기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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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킬로그램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요?

핵심은 오늘날 킬로그램이 금고 속 금속 덩어리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물리 상수로 정의된다는 사실입니다. 2019년 5월 20일부터 킬로그램은 플랑크 상수 h의 값을 6.62607015 곱하기 10의 마이너스 34제곱 줄초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다시 정의됐습니다. 백금 이리듐 합금으로 만든 국제킬로그램원기가 100여 년 동안 수십 마이크로그램쯤 변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저울 눈금부터 확률 감각까지, 일상에서 마주치는 숫자들은 이렇게 약속과 계산의 층 위에 얹혀 있습니다.

목차

강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

연구소가 지역 도서관에서 성인 대상 생활과학 강좌를 열었을 때, 첫 시간에 참가자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금 손에 든 종이컵의 무게를 그램 단위로 어림해서 적어보세요."

40명 남짓한 참가자가 적어낸 숫자는 3그램부터 200그램까지 흩어졌습니다. 실제 무게는 5.2그램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오답의 방향이었습니다. 크게 어긋난 답을 적은 분들은 대부분 무게가 아니라 부피를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컵이 손바닥만 하니 100그램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다음 질문은 더 재미있었습니다. "이 강의실에 40명이 있는데, 생일이 같은 사람이 두 명 이상 있을 확률은 얼마일까요?" 절반 넘는 분들이 10퍼센트 미만이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는 89퍼센트에 가깝습니다. 그날 확인해보니 정말 생일이 같은 두 분이 계셨습니다.

두 질문은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뿌리가 같습니다. 우리 감각은 단위와 확률 양쪽에서 체계적으로 어긋납니다. 그리고 그 어긋남은 성격이 나쁘거나 계산을 못해서가 아니라, 일상 경험이 훈련시켜준 직관의 적용 범위 밖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킬로그램이 금속 덩어리를 떠난 날

길이나 시간과 달리, 질량은 아주 최근까지도 물건으로 정의되던 단위였습니다. 프랑스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 금고에 보관된 백금 이리듐 합금 원기 하나가 곧 1킬로그램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은 그 복제본을 받아 자국 기준으로 삼았고, 주기적으로 파리에 보내 원본과 대조했습니다.

문제는 대조할 때마다 미세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100여 년 사이에 수십 마이크로그램 수준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서 난처한 질문이 생깁니다. 원기가 가벼워진 것인지, 복제본이 무거워진 것인지 판별할 방법이 없습니다. 기준 자체가 기준이므로, 원기가 변해도 정의상 그것은 언제나 정확히 1킬로그램입니다. 측정의 세계에서 이것은 심각한 결함입니다.

그래서 2018년 11월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는 만장일치로 재정의안을 통과시켰고, 미터협약 144주년이 되는 2019년 5월 20일부터 새 정의가 발효됐습니다. 이때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 네 개 단위가 각각 플랑크 상수, 기본전하, 볼츠만 상수, 아보가드로 상수라는 자연 상수를 기준으로 다시 세워졌습니다. 물건이 아니라 자연법칙에 못을 박은 것입니다.

단위이전 정의 방식2019년 이후 기준 상수
킬로그램(kg)국제킬로그램원기 실물플랑크 상수 h
암페어(A)두 도선 사이 힘기본전하 e
켈빈(K)물의 삼중점볼츠만 상수 k
몰(mol)탄소12 12그램 속 입자 수아보가드로 상수

정의가 바뀌었다고 저울을 새로 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정의의 목표는 일상의 숫자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를 떠받치는 기준을 영구히 고정하는 데 있었습니다. 실제 구현은 키블저울이라는 장비가 맡습니다. 전자기력으로 중력에 맞서는 힘을 만들어 질량을 전기적 양으로 환산하는 원리인데,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국내 기술로 이 장비를 개발해 국제비교에 참가했습니다. 참가 조건이 불확도 2 곱하기 10의 마이너스 7제곱 이하였고, 연구원이 달성한 값은 1.2 곱하기 10의 마이너스 7제곱이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이 구현한 1 곱하기 10의 마이너스 8제곱대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모든 측정에는 오차가 따라붙습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계속 등장한 "불확도"라는 말은 생활 속 수학에서 가장 실용적인 개념입니다. 어떤 측정값도 참값을 완벽히 맞히지 못하며, 다만 참값이 놓여 있을 범위를 알려줄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가정용 체중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눈금이 0.1킬로그램 단위로 표시된다고 해서 실제 정확도가 0.1킬로그램인 것은 아닙니다. 표시 단위와 측정 불확도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같은 사람이 5초 간격으로 세 번 올라섰을 때 68.3, 68.5, 68.4가 나온다면 이 저울의 반복 정밀도는 대략 0.2킬로그램 폭이라는 뜻이고, 어제보다 0.1킬로그램 줄었다는 관찰은 사실상 아무 정보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유효숫자 개념도 여기서 나옵니다. 30센티미터 자로 잰 값을 12.3456센티미터라고 적으면 도구가 줄 수 없는 정밀도를 꾸며낸 것이 됩니다. 뉴스에서 "평균 3.7명"이나 "1인당 소비량 42.83개" 같은 숫자를 볼 때, 뒷자리가 실제 측정에서 나온 것인지 나눗셈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 구분하는 습관은 그 자체로 훌륭한 과학적 사고 훈련입니다. 계산기는 자릿수를 얼마든지 만들어내지만, 정보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주방 저울에서도 같은 원리가 드러납니다. 최소 표시 단위가 1그램인 저울에 소금 3그램을 올릴 때와 밀가루 300그램을 올릴 때, 같은 1그램의 오차라도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앞의 경우는 33퍼센트 오차이고 뒤의 경우는 0.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베이킹 레시피가 소량 재료를 부피 단위 대신 무게 단위로, 그것도 0.1그램 단위 저울로 재라고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측정 도구를 고를 때는 최대 용량보다 다루려는 양에 맞는 분해능을 먼저 따져야 합니다.

직관이 자꾸 빗나가는 확률 문제

강좌에서 다뤘던 생일 문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이 문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질문을 무의식중에 바꿔 읽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을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두 질문의 답은 완전히 다릅니다. 나를 기준으로 하면 비교 대상은 나머지 인원수만큼입니다. 반면 아무나 두 사람의 짝을 세면 경우의 수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23명이면 짝의 개수가 253가지, 40명이면 780가지입니다. 인원이 늘어날 때 비교 횟수는 인원수의 제곱에 가깝게 증가하므로, 겹칠 기회도 그만큼 빠르게 불어납니다. 그래서 23명에서 확률이 50퍼센트를 넘고, 40명이면 89퍼센트, 60명이면 99퍼센트를 넘어섭니다.

이 구조는 생일에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가 우연히 겹칠 확률, 같은 파일 이름이 충돌할 확률, 검사에서 우연히 이상 신호가 뜰 확률처럼 "짝을 짓는" 상황이면 어디서나 같은 계산이 적용됩니다. 데이터를 많이 들여다볼수록 우연한 일치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그 일치를 의미 있는 발견으로 착각하지 않을수 있습니다.

숫자 첫자리에 숨은 규칙성

또 하나 직관을 배신하는 사례가 벤포드의 법칙입니다. 실제 세계에서 수집한 숫자들의 맨 앞자리를 세어보면 1부터 9까지가 고르게 나오지 않습니다. 1이 첫자리인 경우가 약 30퍼센트로 압도적이고, 9는 5퍼센트 남짓에 그칩니다. 균등하게 나온다면 각각 11퍼센트 정도여야 하는데도 그렇습니다.

이 규칙은 1881년 천문학자 사이먼 뉴컴이 로그표 책의 앞부분이 유독 닳아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서 처음 알려졌고, 1938년 물리학자 프랭크 벤포드가 여러 데이터로 검증해 정리했습니다. 첫자리가 d일 확률은 밑이 10인 로그로 1 더하기 d분의 1을 취한 값이라는 간단한 식으로 표현됩니다.

이유는 많은 자연·사회 데이터가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자라기 때문입니다. 어떤 값이 100에서 200으로 두 배가 되는 동안 첫자리는 계속 1이지만, 800에서 900으로 가는 구간은 훨씬 짧습니다. 로그 축에서 보면 1로 시작하는 구간이 가장 넓습니다.

첫자리 숫자벤포드 법칙 예상 비율균등분포 가정
1약 30퍼센트약 11퍼센트
2약 18퍼센트약 11퍼센트
5약 8퍼센트약 11퍼센트
9약 5퍼센트약 11퍼센트

전기요금 고지서, 도로명 주소 번호, 주식 가격, 인구수, 강의 길이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자료에서 같은 분포가 관찰됩니다. 사람이 임의로 지어낸 숫자는 이 분포를 잘 따르지 않아, 데이터 검증의 1차 점검 도구로 쓰이기도 합니다.

배수 감각을 기르는 간단한 어림법

생활 속 수학에서 가장 자주 쓰이면서 가장 덜 훈련되는 것이 배수 감각입니다. 사람의 직관은 덧셈에는 강하지만 곱셈에는 약합니다.

가장 쓸모 있는 도구는 72의 법칙입니다. 어떤 값이 매년 r퍼센트씩 늘어날 때,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72를 r로 나눈 햇수입니다. 연 3퍼센트면 24년, 연 6퍼센트면 12년, 연 12퍼센트면 6년입니다. 물가든 전기 사용량이든 구독료든, 작아 보이는 증가율이 어느 시점에 두 배로 돌아오는지 몇 초 만에 가늠할수 있습니다.

크기 감각을 잡는 데는 자릿수 어림이 유용합니다. 정확한 값 대신 10의 몇 제곱인지만 따지는 방법인데, 예를 들어 서울시 인구를 약 1000만,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을 약 300리터로 잡으면 하루 물 사용량은 30억 리터 규모라는 답이 나옵니다. 세부 수치는 틀리더라도 자릿수가 맞으면 판단 근거로는 충분합니다. 오히려 소수점 두 자리까지 적힌 숫자보다 자릿수를 정확히 아는 쪽이 실수를 덜 부릅니다.

마지막은 비율의 기준을 확인하는 습관입니다. "위험이 두 배로 늘었다"는 문장은 원래 값이 0.001퍼센트였는지 20퍼센트였는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상대적 변화만 제시된 숫자를 만나면 절대값을 되묻는것, 이것 하나만 몸에 붙여도 통계에 휘둘리는 일이 크게 줄어듭나다.

자주 묻는 질문

킬로그램 정의가 바뀌면 제 체중계 눈금도 달라지나요?

달라지지 않습니다. 재정의의 목적은 일상에서 쓰는 값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값을 떠받치는 기준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게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새 정의는 기존 원기의 질량과 최대한 일치하도록 상수값을 정했기 때문에, 가정용 저울이나 상거래용 계량기의 표시값에는 실질적 변화가 없습니다. 영향을 받는 것은 아주 정밀한 측정이 필요한 표준 연구와 산업 계측 영역입니다.

정밀도와 정확도는 어떻게 다른가요?

정확도는 참값에 얼마나 가까운가이고, 정밀도는 같은 측정을 반복했을 때 값이 얼마나 모여 있는가입니다. 매번 똑같이 3킬로그램씩 더 나오는 저울은 정밀도는 높지만 정확도는 낮습니다. 반대로 잴 때마다 값이 크게 흔들리지만 평균은 참값에 가까운 저울도 있습니다. 앞의 경우는 보정으로 고칠 수 있고, 뒤의 경우는 여러 번 재서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보완합니다.

23명만 모여도 생일이 겹칠 확률이 50퍼센트가 넘는다는 게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헷갈리는 이유는 질문을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으로 바꿔 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집단 안의 아무 두 사람이나 짝지어 비교하므로 경우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23명이면 짝이 253가지, 40명이면 780가지로 늘어납니다. 비교 횟수가 인원수의 제곱에 가깝게 증가하기 때문에 확률도 빠르게 올라가며, 40명에서는 약 89퍼센트에 이릅니다.

벤포드의 법칙은 모든 숫자 자료에 적용되나요?

아닙니다. 여러 자릿수에 걸쳐 넓게 분포하고 곱셈적으로 자라는 자료에서 잘 나타납니다. 키나 신발 크기처럼 좁은 범위에 몰려 있는 자료, 우편번호나 전화번호처럼 사람이 규칙을 정해 부여한 번호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법칙은 단독 증거가 아니라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1차 점검 도구로 쓰이며, 어긋난다고 곧바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수 없습니다.

아이에게 단위 감각을 길러주려면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요?

기준점을 몇 개 외우게 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500밀리리터 생수병 한 병이 약 500그램, 사과 한 개가 약 250그램, 자기 걸음 한 보가 약 60센티미터처럼 몸에 붙은 기준이 있으면 새로운 대상도 그것과 비교해 어림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어림한 뒤 실제로 재보고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예측과 측정을 짝지어 반복하는 것이 감각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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